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위대의 촛불을 꺼지지 않았다. 서울 시청 광장에서 촛불문화제가 끝난 시각은 8시 25분. 3천여명(대책위 추산)의 시위대는 태평로~종로1가~을지로 1가로 가는 도로 행진을 시작했다. 시위대 수는 행진 도중 점점 불어났다. 시위대는 '임을 향한 행진곡'을 부르고 "이명박은 물러가라" "연행자를 석방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이동했다. 일부는 걸으며 김밥으로 끼니를 때웠다. 시위대 선두에는 '서울법대'와 '관악인문' 민주덕성' '애국한양' 등 대학에서 들고나온 깃발이 많이 보였다. 다양한 시민이 우비를 입고 우산을 쓴 채 도로를 행진했다. 하이힐을 신은 채 초를 들고 비에 젖은 도로를 걷던 20대 한 여성은 "인터넷에서 소식을 보고 처음 나왔다. 이제껏 안 나온게 부끄러웠다."라고 말했다. 호흡기장애를 앓는 양정승씨(47ㆍ약사)는 코밑에 작은 마스크를 붙이고 시위대와 함께 걸었다. "오늘 처음 나왔다. 이명박 정부가 비오는 날 보나마나 적게 참여할 거라고 국민을 비웃을까봐 집에서 착용하던 산소호흡기도 떼고 나왔다" 공기업에 근무하는 조아무개씨(30)는 "소고기 수입 과정이나 대운하, 민영화 등 모든 정책에 대해 국민을 다 속인 게 가장 화가 난다"라고 말했다. 조씨가 다니는 공기업에선 '비공식적으로' 촛불시위에 참여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조씨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비가 그쳐도 우산을 접지 않았다. 촛불시위로 많은 것이 바뀌리라고 기대는 하지 않는다. "최소한 국민이 무섭다는 건 알게 해주고 싶다." 예비군 복장을 입고 참여한 시민도 많았다. 하지만 이전처럼 '조직적으로' 행동하진 않았다. 어제까지 '예비군 시민 보호대'로 활동한 서아무개씨(29)는 "5월 31일 시위(청와대 앞 시위) 때 경찰과 시민 사이의 완충 역할을 하다가 항의도 많이 들었다. 오늘부터는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만 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예비군 부대'에는 제대한 지 1달 된 '초임'부터 40세 시민까지 다양하다. 서씨는 "예비군 부대만 250명이 모여 그 안에서도 의견 합의가 힘들다"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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