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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편집국

[6월2일 현장 5신] 빗속, 시사IN 거리편집국에서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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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딩아,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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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을 차린 뒤 첫 손님은 초등학교 6학년생 4명. '송정초' 이태리와 이영노, 김지은 학생(13)이다. 금방 산 우비를 입고 슬리퍼를 신었다. 거리편집국 안에 들어와 양말을 벗었다. 검은 비닐봉지에 전단지 한 묶음과 오렌지 주스가 담겨 있다. 한 시민단체가 나눠주는 광우병과 촛불 시위 관련 전단지를 내일 반 친구들에게 나눠주려고 한 뭉치를 받았단다. 오렌지 주스를 시사IN 기자들에게 권했다. 키가 작아서 우비가 질질 끌리고, 엉성한 우비 단추를 잠그지 못해 쩔쩔맸다. 시사IN 기자가 단추를 잠가줬다.


 다들 부모님 허락을 받고 나왔단다. 소속도, 이름도 당당히 밝혔다. 광우병 걸려 죽는 게 무섭단다. 이명박 아저씨도 물러났으면 좋겠단다. 이영노 학생은 "어쩌면 감자 먹고도 광우병 걸릴 수 있대요"라고 말했다. 이들은 정보를 어디에서 얻을까. 인터넷에서 검색어 1위가 '광우병'이라 처음 알았다고 했다. '이미지' 검색으로 여러 포스트를 봤단다. '싸이질'을 하다가 우연히 신문 기사를 봤는데, 너무 어이가 없었다고도 했다. 시위가 재미있다고 했다. 전경 아저씨도 안 무섭단다. 이들은 걸핏하면 꺄르르 웃었다. 감기 걸릴까봐 걱정됐다. 일찍 들어가라고, 어른들이 너희까지 고생시켜 미안하다고 시사IN 기자들이 말했다.



2. 우비 입으면 특별 시민, 안 입으면 일반 시민?

 도로 행진이 끝난 뒤 편집국에 한 여성이 찾아왔다. 비에 맞아 덜덜 떨었다. 41세, 인천에 사는 '이름을 밝히기 싫은' 아주머니이다. 광화문 건널목 '인도'를 전경들이 막아놨다고 했다. 집에 가려고 비켜달라고 하니, "일반 시민이 아니면 못 지나간다"라고 하더란다. "아니, 뭐가 일반 시민이고 뭐가 특별 시민이냐?"라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말, "우비 입으면 일반 시민 아닙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우비를 길바닥에 내팽겨쳤다. 폰카로 사진도 찍어놓고, 시사IN 기자에게도 알리러 왔다고 했다. 우비를 벗은 몸에 비를 맞아 말을 할 때 이를 딱딱거렸다.



3. 전라남도 도의원도 총출동할 겁니다!

 11시경, 시위대가 해산하고 청계천 부근의 행인도 뜸해질 무렵 양복을 입은 전라남도 윤시석 도의원(46)이 거리편집국 안에 들어왔다. 내일 3시, 전라남도 도의원 40명 정도가 서울로 다 올라와 성명서를 발표하고 삭발식도 열 것이라 했다. 아예 3일 동안 안 내려가기로 일정을 짰다. 청와대 앞에서 연좌농성도 할 예정이다.  전라도 축산 농가를 대신한다는 마음가짐이라고 했다. 정부의 '사탕발림' 축산농가 대책에 화를 냈다. '송아지'의 기준을 예로 들었다. 농민에게 '송아지'란 젖떼기 전인 생후 3개월이지만 정부는 생후 6개월 소만 '송아지'라 한단다. 정부가 송아지 값이 165만 원 이하일 경우 돈을 보전해준다고 했지만 사실상 6개월 미만 소는 아무 실익이 없다고 했다. "기준을 농민 입장에 맞춰야지 자기들 마음대로 정하면 어쩌냐."


   윤 의원은 다른 의원들보다 하루 먼저 올라왔다. 3일동안 머무를 곳을 알아보고 있는데, 유스호스텔은 좀 어렵다 하니 더 싼 방을 찾아봐야겠단다. 윤 의원은 "초는 어디서 구했냐는 둥 아직도 이명박 대통령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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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6ㆍ15 TV 현장 생중계팀

 노트북과 카메라 등 '소형 방송장비'를 갖춘 이들이 거리편집국을 들렀다. 막 천막을 내리고 철거할 때쯤이었다. 김상규 PD외 6명은 5월 초부터 촛불집회를 '아프리카'에서 생중계하고 있다. 6월 15일에 '동영상 중심 인터넷 언론' 6ㆍ15 TV가 개국한다. 벌써 방송은 인기가 많다. 지난 30일에는 밤을 꼬박 새고 아침 9시까지 이어진 집회를 생중계했다. 동시 시청자는 3천명에 이른다. "공중파로 못 접하는 부분들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김 PD는 말한다. 이들도 곧 광화문에 야외 스튜디오를 차릴 예정이다. 시사IN과 자리 싸움 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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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따뜻한 차로 몸 녹이세요~

 밤 11시 반, 시위대가 거의 해산했을 때 쯤 마포에 사는 김길주씨(55)가 사과차와 커피를 보온병에 담은 종이가방을 들고 나타났다. 저녁밥을 지어 먹고, 아고라 들어가 보고 여기로 왔다고 했다. 전날 밤 시위 때 시위대가 물대포를 맞고 덜덜 떠는 걸 보고 이렇게 따뜻한 걸 준비해 나왔다. 따뜻한 차는 시사IN 기자들뿐만 아니라, '그냥' 지나가던 시민들도 함께 마셨다. 김씨는 "이명박, 747 어쩌고 할 때부터 거짓말쟁이인 것 알아봤다. 그런데, 단발 폭탄인 줄 알았는데 아주 연발 폭탄이더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