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거리편집국

[6월2일 현장 6신] 무대 조명은 꺼져도 촛불은 남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사IN 거리편집국이 악천후 속의 첫날을 마쳤습니다. 천막을 걷고 나서, 조금 늦은 현장 소식 전합니다.

밤 9시30분경 가두시위도 모두 끝이 나고, 오늘의 집회가 마무리됩니다. 폭우 속의 삼천명. 대책회의 사람들도 감격한 표정입니다.

집회는 끝났는데 발길을 떼지 못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정일조씨(38)는 '안티MB카페'의 깃발을 들고 있습니다. 정씨를 비롯한 카페 사람들은 '횡단보도 촛불집회'를 제안했습니다. 파란 신호등이 켜질 때마다 구호를 외치며 길을 건너는, 상징적인 가두시위입니다. 월요일 아침부터 시작됐다고 합니다. 20여명의 시위대가 동참해 한동안 횡단보도 촛불집회를 진행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무대차도 불을 끈 서울광장에는 여전히 50여명의 참가자들이 서성입니다. 김준철씨(33)는 "내 촛불이 꺼지면 들어가려고요"라며 웃습니다. 늘 새벽까지 집회를 지켰던 김씨는 10시도 되기 전에 끝나는 집회가 조금 낯섭니다.

심현철씨(34)는 집회가 끝났는데 왜 아직 안 들어가셨냐는 질문에 "전체 행사는 끝났지만 내 집회는 끝나지 않았다"라고 답합니다. 표현이 다들 시인입니다.

신림동에 사는 고시생 정아무개씨(34)는 중요한 시기인데도 요 며칠 공부를 제대로 못했습니다. 현장중계 장면만 보면 가슴이 답답해서 자기도 모르게 나오게 된답니다. 오늘은 너무 늦게 현장에 나와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해 발길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정씨의 초가 무척 깁니다. "오늘은 그냥 방에서 켜두려고 준비한 초다. 하지만 결국 나오게 되더라."

나이 지긋하신 홍아무개 아주머니. 벌써 일주일째 현장에 개근 중입니다. 그 거칠었던 토요일의 효자동에도 계셨답니다. 쇠고기도 쇠고기지만, 수도와 전기 민영화가 더 걱정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모두에게 물어봤습니다. 대통령이 어느 정도 하면 용서해 주실 건가요? 대답은 제각각입니다. 하지만 하나는 같습니다. "장관 몇 명 자르는 걸로 넘어가려 하려다가는 정말 큰일납니다. 우리 관심사는 장관이 아니라 대통령입니다." 진솔하게 사과 정도는 하라는 이도, 쇠고기는 어떻게든 재협상하라는 이도, 희망이 안 보이니 알아서 물러났으면 좋겠다던 이도, 장관 목날리는 걸로는 안된다 입을 모읍니다.

돌아가지 못하는 시민을 위해, 주최측이 음악을 틀어줍니다. 임을위한행진곡과 광야에서가 이어집니다. 하기야, 발길을 떼지 못하는 이들이 대한민국헌법제1조가 구미에 맞을 세대는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