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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편집국

'반미감정 지렛대로 재협상 읍소설'...워싱턴에 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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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와 관련해 추가협의에 나서기로 한 가운데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청사를 방문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와 환담하고 있다.


정부가 쇠고기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의 이면 접촉에서 극약 처방을 빼들었다. 기존의 통상 교섭 논리로는 미국 측이 꿈쩍도 하지 않자, 한국민의 반미 감정 확대 가능성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 미국에게 읍소 내지는 압박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 주변에서는 기존의 통상 교섭 채널이 아닌 안보 라인이 대미 접촉의 창구로 등장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정부 주변과 워싱턴 정가 소식에 밝은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부가 최근 동원하는 논리는 간단하다. ‘쇠고기 문제에 대한 한국민의 저항이 이대로 계속 되면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발 차원을 넘어 반미 감정으로 확산될 것이다, 자칫하면  노무현 정부 초기 보다 반미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는 논리다.

지난 주 워싱턴 정가 관계자와 통화한 국내의 한 전문가는 “미국 사람들은 노무현 정부 초기 한국의 반미 운동에 대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악몽으로 여긴다”며 “최근 한국 정부가 주미 한국 대사관 등을 통해 이같은 논리로 미국 측 관계자들을 설득 및 압박한 이후, 미국에서도 심각하게 여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미국 측은 특히 6·10 항쟁 기념일과 6·15 선언 기념일이 모여 있는 6월을 한국 내 반미 감정 폭발의 시기로 보고, 사태가 조기에 해결되지 않으면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염려하기 시작했다.

최근 안보 당국이 동원된 대미 설득의 초점은 6월3일 한미 국방장관 회담 참석을 위해 서울을 방문한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에게 초점이 맞춰졌다. 우리 국방 당국이 나서 ‘쇠고기 문제를 이대로 두면 한미 간 안보 동맹에도 심각한 악영향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으니, 게이츠 장관이 미 무역대표부 등 통상 부서를 설득해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한국 측의 이같은 ‘읍소’에 게이츠 장관은 “그 문제는 내 소관 사항이 아니다”면서도, 매우 곤혹스러워 했다고 한다.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는 최근 재협상 필요성을 부인했지만, 서울과 워싱턴 정가 주변에서는 한미 양국이 이같은 물밑 접촉을 통해 일단 추가협상을 통해 30개월 이상 소고기의 수입 중단 등에 합의 하는 카드를 이미 마련해 둔 게 아니냐는 소문도 돌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미국 대로 의회의 반발과 올 11월 대선에서의 악영향 등 때문에 부시 행정부도 결단을 내리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상황도 안좋고 시기도 안좋다. 그러나 미국도 이제 강 건너 불구경 하고 있기만은 어려워졌다.”

최근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입 중단을 미국에게 요청하며 ‘미국 측과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협의해 가기로 했다’는 정부와 한나라당 측의 갑작스러운 입장 선회의 이면에는 급박하게 전개된 한미 간 이면 접촉이 배경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시사IN> 남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