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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편집국

[6월10일 현장 19신] 진압 경찰 간부 "이렇게 순한 시위대도 드물다"


진압 경찰 간부 "이렇게 순한 시위대도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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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자 조선일보 1면 제목은 “비폭력, 비폭력”이다. 동아일보 1면 제목은 “비폭력으로 돌아가자”다. 소제목으로는 ‘시민들 “쇠파이프 내려놓아야” 과격시위 비판 잇달아’가 달렸다.

지금까지 촛불시위는 폭력 시위였다는 것이다. 물론 동의할 수 없다. 

지난 7일 집회는 과열 양상을 보였다. 일부 과격한 시위 참가자들은 공사장에서 사다리를 가져다 전경버스를 부수고 철제빔을 휘두르기도 했다. ‘전경버스’를 밧줄로 끄는 ‘달밤의 국민 체조’도 한다. 몽키와 톱을 가지고 전경버스를 분해하려고 시도하는 사람도 있었다.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들 뒤에는 어김없이 대다수의 집회 참가자들이 “비폭력” “비폭력”을 외친다.

7일 시민과 경찰이 가장 격렬하게 충돌할 때도 보도블록을 깨서 던지거나 각목,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사람들은 없었다. 경찰은 크게 긴장하지 않았다. 준비해놓은 물대포도 쏘지 않았다.

시위를 막고 있는 한 경찰 간부는 “몇 년 전만 해도 이 정도 시위는 시위도 아니었다. 이렇게 순한 시위대도 드물다. 폭력 경찰, 과잉 진압하는데 이것도 말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전경들을 만나도 “시위가 계속돼서 힘들다”고 말한다. “위험하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라는 말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경찰에게 폭행을 당한 진중권 교수는 우리 시민의식이 성숙했다고 말한다. “우리 세대의 사고 기준은 5공이다. 나는 몇 대 맞으면 ‘시위대가 경찰한테 맞을 수도 있지’ 하고 받아들였다. 그런데 정작 폭행을 당한 나보다 주변 사람들의 분노가 더 컸다. 지금 거리의 시민은 공권력의 폭력을 조금도 용납하지 못한다. 민주의식이 우리 세대보다 높다는 얘기다.” 

<시사IN> 주진우